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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말 제안] 늦가을 추천 여행지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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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내내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만 믿고 집에서 빈대떡이나를 계획했던 분들, 쨍쨍한 해를 보고 망연자실하지 않으셨던가요? 저처럼요, 또르르.

서울은 기온이 23도에 가까울 만큼 따뜻했습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인디안 썸머인가라며 서정적인 분위기에 젖어들기는커녕, 우산으로 무거워진 가방을 원망하며 껴입은 재킷을 벗었더랬죠.

아마도 이번 주말은 벼르던 막바지 가을 나들이에 나서는 분들이 많을듯합니다.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아련한 옛 추억이 떠오르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죠. 일상을 파고든 추위에 잔뜩 움츠려 있다면 잠시 숨을 돌리고, 늦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남쪽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여행에 관한한 언제든 조언을 구할만한 믿음직한 세 분의 늦가을 추천 여행지를 전해드립니다.

   

 

5일 여행을 실현하고 있는

여행작가 임운석의 추천 경남 함양의 상림숲

 

전국 어느 곳에 내놓아도 절대 뒤지지 않을 함양의 상림숲은 11월이 되면 더욱 인기를 얻는 곳이다. 도심의 가을은 쓸쓸하고 황량한 느낌이다. 하지만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상림숲의 가을은 다르다. 색색의 단풍은 눈을 즐겁게 하고 낙엽 밟는 소리는 오케스트라의 선율을 능가한다.

 

상림숲은 통일신라 때 최치원 선생이 함양(당시에는 천령군) 태수로 있으면서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숲이라는 역사적 가치를 떠나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광을 선물하며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끌어당기고 있다.

모두 1.6km에 달하는 상림숲길에는 120여 종, 2만여 그루의 나무들이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다. 봄과 여름을 지내면서 신록과 녹음을 자랑하던 나무들은 가을이 되면 형형색색의 화려한 옷을 갈아입고 여행객을 유혹한다.

상림숲 구간이 짧아서일까, 아니면 최치원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일까. 함양군은 상림숲길과 필봉산 오솔길을 이어 최치원 산책로를 만들었다. 산책로 전체 구간은 약 5km이다. 상림주차장에 주차하고 필봉산(233m)을 넘어 세종대왕의 12남인 왕자 한남군의 묘를 지나 산불 감시 초소와 대병저수지를 지나 상림물레방아, 상림숲에 이르는 데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함양 군민의 추천대로 충분히 돌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길이다.

바닥에 수북하게 깔린 낙엽을 모아 머리 위로 던지며 사진을 찍는 연인들, 제 손바닥보다 작은 단풍잎을 들고 신기한 듯 깔깔대는 꼬마 아이, 남은 시간이 지나온 시간보다 짧은 노부부까지 길을 걷는 사람들의 형편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아름다운 숲길을 즐기는 여유만큼은 남녀노소가 다르지 않다.

 

 

레이디경향 취재팀의 걷기노동자

노정연 기자의 추천 전남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전라남도 곡성에 자리한 섬진강 기차마을에는 도시의 추위를 잊게 할 추억과 낭만이 가득하다. 덜컹거리는 증기기관차에 몸을 싣고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 한쪽 그리움으로 남아 있던 추억은 더 이상 옛것이 아니다. 늦가을 빛의 온기를 품고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 따라 과거로 여행을 떠나보자.

 

도시의 가을은 짧았다. 멀어져가는 가을의 뒤꽁무니를 쫓아 떠난 여행. 아침 8시 용산역을 출발하는 곡성행 기차를 타고 남도로 떠나는 마음은 두근거림과 설렘으로 가득했다. 용산역에서 곡성역까지는 KTX로 세 시간 남짓 걸린다. 일찍 일어나 모자랐던 잠을 보충하고 나니 어느새 기차는 따뜻한 남도의 온기를 머금은 곡성역에 멈춰서 있었다. 사라진 소음, 부드러운 바람에 도시의 방문객은 이미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하다. 곡성역에서 기차마을까지는 걸어서 10, 목적지로 향하는 발걸음이 한 템포 빨라졌다.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은 전라선 복선화 공사로 폐선된 예전 전라선을 활용한 기차 테마파크다. 복고풍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증기기관차를 비롯해, 1천여 송이의 장미가 사계절 내내 장관을 이루는 장미공원과 동물농장, 음악분수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무엇보다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까만색 증기기관차와 섬진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따라 달리는 레일바이크가 이곳의 명물이다.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주말엔 물론 주중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오래된 기차역만큼 향수를 자극하는 것이 또 있을까. 기차마을에 들어서니 예스러운 기차역 간판이 추억 가득한 과거로 시곗바늘을 돌려놓는다. 1933년 건립돼 70년 가까운 세월을 지나온 구 곡성역은 품고 있는 시간만큼이나 오래된 정취를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맞배지붕을 멋스럽게 드러낸 역사, 나무 의자와 창문, 아날로그적 감성을 물씬 풍기는 간판까지, 대부분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역사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과거로 떠나온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기차가 다니던 옛 전라선 위에는 이제 까만색 증기기관차가 다닌다. 3량의 증기기관차는 실제로 하얀 증기를 뿜으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든다. 어린 시절 추억을 가진 어른들에게도, 장난감 기차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도 증기기관차는 인기 만점이다.

증기기관차는 하루 다섯 차례, 섬진강 기차마을 구 곡성역에서 출발해 침곡역을 지나 가까운 가정역까지 약 10km를 왕복하며 운행한다. 운행시간에 맞춰 기차에 올라타니 기차가 뿌우~’ 하는 소리와 함께 덜컹거리며 시간여행이 시작됐다.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다. 시속 30km. 일반 기차에 비해 느린 속도지만 유유히 흐르는 맑은 섬진강 물길을 바라보며 아련한 옛 추억에 잠기기에 딱 좋다. 봄에는 철쭉이, 여름에는 시원한 섬진강 물줄기가, 가을에는 단풍이, 그리고 겨울에는 새하얀 설경이 잊을 수 없는 풍경을 그려낸다.

 

감성 여행의 가이드

여행작가 이송이의 추천 - 경북 영양 일월산

 

 

영양은 청송, 봉화, 울진, 영덕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깊은 산자락과 골짜기가 어우러진 때문인지 영양에는 걷기 좋은 길도 많다. 버선을 닮았다 해서 외씨버선길이라 이름 붙인 도보길은 청송, 영양, 봉화, 영월을 이으며 170km나 뻗어 있고, 태백의 매봉산에서 부산 다대포의 몰운대까지 한반도의 등뼈를 이루며 장장 약 400km를 달려 나가는 낙동정맥 등산로도 영양을 통과해 다시 길을 낸다.

 

일월산 아랫자락의 작은 마을 대티골로부터 시작하는 아름다운 숲길10km가 채 되지 않는 고즈넉한 길이다. 이 길은 외씨버선길과 중첩되기도 하고 영양의 옛 국도를 보여주기도 하며 아무도 번잡하게 떠벌리지 않는 고요한 숲길을 내고 있다. 길은 깊은 숲 속이면서도 오르막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편안하다. 길 폭을 넓힌 채로 한참을 걷다가도 숲 속 깊은 곳으로 계곡을 따라 오솔길을 내는 아기자기한 맛도 있다. 환형으로 이어진 길은 8, 9km를 한 바퀴 돌아 내려오면 대티골을 지나 다시 처음 진입점으로 돌아오게 된다.

사람이 비로소 그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때는 자연과 함께할 때다. 자작나무가 껍질을 벗듯, 번데기가 껍질을 벗듯, 사람도 한 꺼풀 가식을 벗고 순순한 얼굴로 햇빛을 쬐는 때는 아마도 자연 속에 폭 파묻히듯 안기는 때가 아닐까.

아름다운 숲이 만들어놓은 길은 전혀 힘들이지 않아도 되는 길이다. 갈 때는 금강송이 가로수처럼 길을 따라 마중하는 넓고 큰 숲길을 걷고, 올 때는 계곡을 따라 한여름에도 낙엽이 잔뜩 쌓인 작은 오솔길을 걸어 내려온다. 낙엽이 쌓인 길은 맨발로 걸어도 좋다. 오래된 숲의 맛을 경험하는 순간이다. 발에 닿은 낙엽은 연신 보스락보스락 소리를 내고, 필자는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 더 느긋하게 걷는다.

 

Tip 자연치유 생태마을 대티골 일월산 아랫자락에 자리한 자연치유 생태마을로 고요한 휴식과 무공해 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제공해 지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대티골에 머물면 따로 이동하지 않아도 아침저녁으로 아름다운 숲길을 걷기에 좋다. 황토방은 홈페이지나 전화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문의 054-682-7903, www.daetigol.com

대중교통 서울 동서울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루 5회 영양 가는 버스가 있다. 첫차는 오전 820, 막차는 오후 410분으로 약 2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영양까지 5시간 정도 걸린다. 서울에서 영양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많지 않으므로 안동에서 갈아타는 방법을 추천한다. 서울에서 안동까지는 약 3시간이 걸리고 오전 635분부터 오후 11시까지 하루 26회 차가 있다. 안동에서 영양 가는 버스도 30~1시간 간격으로 있으며 1시간 20분 소요된다.